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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갓 나온 통조림,
그 속에 들어있는 마음은 상하는 일 없이 영원할거라 생각하곤 한다.
어떤 통조림은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며 누군가에게 선택받지만
어떤 것들은 그렇지 못한다.
박스에 실리고, 다른 통조림들과 부닥거리며
그 표면에는 상처가 나기도 한다.
가끔은 예기치 못한 문제에 세게 부딪혀 찌그러지기도 하고,
많은 일들을 겪은 뒤 진열장에 오른다.
누군가 빨리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에
진열대 가장 앞에 전시되지만
사람들은 괜히 진열장을 뒤적거리다
다른 통조림들을 가져가버린다.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품은 기대는 점점 사그라든다.
마음도 조금씩 상하기 시작한다.
1994년 5월 1일이라는 글자가 바래질 무렵
한 남자가 통조림을 들었다.
찌그러지고 상처난 모습이 상관 없다는 듯,
무심하게 계산을 하고,
상해버린 마음도 상관이 없다는 듯,
내용물을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빈 껍데기만 남아버렸지만
그런건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마음이라도
누군가가 취해주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또 다시 1994년 5월 1일의 통조림을 찾아다닌다.
찌그러지고 상한 마음조차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졌듯,
그도 자신을 그대로 받아줄 누군가를 찾아다니듯이
예전 연인이 사랑했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아다닌다.
30년이 지났는데도, 참 세련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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