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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카프카 - 변신 / 인간의 조건부적 사랑에 대하여

Bi3a 2025. 3. 2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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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세줄요약

 

1. 카프카의 '변신' 은 주인공이 갑자기 거대한 벌레로 변하며 겪게 되는 사회에서의 부조리함과 가족관계에서의 몰락과 소외를 다루는 작품이다.

2. 카프카는 '변신' 을 통해 가치가 있어야만 인정하는 인간의 조건부적 사랑에 대해 냉담한 메시지를 던진다.

3. 나는 이러한 인간의 조건부적 사랑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짧은 소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체코 출신의 독일어 작가로, 실존주의와 현대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소외, 불안, 부조리, 인간 존재의 무력함 등을 다루며, 독특한 초현실적 분위기와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조명하는 작품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공개할 의도가 거의 없었으며, 사후에 출간된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절친한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의 결단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카프카는 막스 브로트에게 편지를 보내 유언으로 자신의 미완성, 원고, 일기, 편지 등을 모두 불태워달라고 요청했다. 카프카는 그의 지나친 자기비판적 성향에 따라, 자신의 글이 세상에 나갈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글을 접해온 막스 브로트는 그의 뛰어난 문학적 가치를 한 눈에 알아보고,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한 뒤 출간을 결심했다. 

 

카프카가 남긴 유언을 어긴 친구 덕분에 오늘날의 그의 문학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 은,
주인공이 갑자기 거대한 벌레로 변하면서 겪는 소외와 몰락을 그린 작품이다. 

 

작 중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평범한 여행 판매원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일반적인 사회의 노동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인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며 노동자로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전부였던 그가 더 이상 노동할 수 없게 되자 사회에서 버림받게 되며, 시간이 지나며 가족에게도 점점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간다. 그는 신체가 벌레로 변했지만 작 중에서 여전히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 또한 가족으로부터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끊임없이 드러낸다.

 

 

반면 가족은 그레고르가 어떤 이유로 벌레로 변한 것인지 그 이유조차 궁금해하지 않는다. 유일한 노동자였던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며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처음의 이들은 그레고르를 가족으로서 품고자 노력하지만, 이내 점차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의 상태와 처해있는 그들의 상황에 체념하게 된다. 

 

작중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의 감정 변화는 그레고르가 가족을 위해 노동으로 헌신한 가장 큰 이유이자, 그가 가장 사랑하고 아꼈던 동생인 그레테를 통해 잘 표현된다.

 

가족의 태도는 소설이 진행되며 그레고르가 '가족에게 얼마나 쓸모 있는 존재인가' 에 따라 점차 달라져간다. 그레테는 가족 중 유일하게 그레고르를 직접 챙기려는 인물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벌레가 된 오빠를 위해 음식을 가져다주고, 그의 상태를 걱정하며 적극적으로 그를 돕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작품의 초반부에서 그녀의 행동은 진심 어린 가족애와 연민에서 부터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그녀의 보호 행위는 '책임감' 때문이었으며, '인간 그레고르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그레고르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돌봐준 것이었을 뿐, 시간이 지나며 그레고르가 진짜 '벌레로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 가 되자 그녀의 태도는 점차 변화하게 된다. 그레고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 에서 '집안의 짐' 이 되자, 그레테가 그를 대하는 감정이 연민에서 혐오로 변해가는 과정을 잔인하게 묘사한다.

 

그레테는 결국 가족들 앞에서 그레고르를 보며, '이 끔찍한 벌레를 없애야 하며, 이 벌레는 오빠가 아닌 괴물이다' 라며 가족에게서 인간 그레고르의 존재를 지워버리겠다고 선언한다. 그는 가족에게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이 가장 아꼈던 여동생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는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그레고르는 인간으로서 존재가치를 잃고 절망하며, 한 마리의 벌레로서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벌레의 죽음에 안도한 가족들은, 새롭고 희망찬 가족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집을 나서는 장면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카프카가 바라본 인간의 조건부적 사랑

'변신' 을 통해 카프카는 인간의 사랑이 계산적이며, 이로인해 인간관계가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네가 벌레가 된 순간,
넌 우리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어."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막상 도움이 필요하고 무능력해지자,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당하고 버려진다.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고, 끔찍한 상사 밑에서 일하며, 힘든 노동을 하며 집안 경제를 책임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 때 가족들은 그를 존중하고 중요한 존재로 대우했다.

그러나 그가 벌레로 변해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가족들은 태도를 바꿨다.

그를 짐스럽게 여기고, 감금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즉, 소설 속 그레고르의 가족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애정' 이 아니라, '유용성' 에 따라 달라지는 사랑이었다.

카프카는 사랑과 도움을 주는 인간관계란 결국 '조건부 계약'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은 유능할 때만 인정받는다.

 

 

또한 변신은 단순히 가족 내 사랑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철저히 '조건부 관계' 라는 사실 또한 암시한다.

회사에서도, 그레고르가 한순간 결근하자마자 상사가 찾아와 해고를 암시한다. 가족들도 그가 돈을 벌어올 때만 사랑했듯이, 사회에서도 이익이 되지 않으면 쉽게 내쳐지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카프카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쓸모 있을 때만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다' 라는 냉정한 현실을 설명한다.

 

 

변신의 냉정한 메시지와 카프카의 가정 배경

카프카가 '변신' 에서 던지는 냉정한 메시지는 그의 슬픈 가정 환경으로부터 기인한다.

 

카프카의 가정 환경,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는 그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카프카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아버지의 냉담한 태도와 강압적인 기대 속에서, 카프카는 늘 무능한 존재로 평가받았다.

 

그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법학을 전공했으며 프라하의 보험회사에 취업하며 적당한 직업을 가졌다. 그런 카프카는 가족 안에서 성공한 사람으로서 존재 자체는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한 인간으로서 깊은 공감이나 이해는 받지 못했다.

(1919년,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보낸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를 통해 그는 그의 생애를 통틀어 사회적 · 가족적 소외감을 깊이 경험했음을 알 수 있다.)

 

 

'변신'은 이러한 카프카가 느꼈던 내적 갈등을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조건없이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카프카는 독자들을 이 질문들을 작중 그레고르와 그의 가족들을 통해 던지고 있다.  

 

 

(주관) 무조건적인 사랑? 조건부적 사랑?

지금부터는 필자의 주관이 들어간 부분입니다.

 

결국, '변신' 을 통해 카프카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존재하는가?' 라고 생각한다.
필자 또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그 사람의 환경과 상황, 사랑을 통해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따지지 않는 사랑이다.

이는 '대가 없는 무분별한 사랑'과 같다.

우리의 가족과 연인과 같이, 본인에게 사랑과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에게 사랑을 받다보면,  '상대방이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구나' 라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의 이면에도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는 사랑에 대한 명확한 보답을 상대방으로부터 바라고 있는 경우이다.

Give And Take, 즉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유지되는 사랑이다.

이는 카프카가 말하고자 하는 조건부적 사랑과 같은 결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이 철저히 계산에 의해 인간관계를 맺고 사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이 내 기대에 부응하거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때 지속되는 형태의 사랑이며,
이러한 관계는 이해관계가 어긋나면 쉽게 깨질 수 있다.

 

이런 사랑은 철저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랑이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사랑이기도 하다.
즉, 상대가 주는 것이 사라지거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사랑도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보답을 바라지 않고, 사랑 그 자체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경우이다.

바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은 사랑을 받은 상대방이 주는 따뜻한 감사와 행복한 감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상을 받으며,

이를 통해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과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이러한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에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내적 충족과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자기 충족적인 사랑' 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모든 사랑의 이면에는 어떤 형태로든 이유와 동기가 존재한다.

즉, 완전히 이유 없는 사랑은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론) 우리는 누군가의 쓸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든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카프카랑은 조금 다르게, 따뜻한 방식으로.

 

변신을 통해 프란츠 카프카라는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본 포스팅을 작성하며 카프카의 생애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알게 된 카프카의 세계는 극도로 고통스럽고 불안한 현실 그 자체였다. 그가 이러한 비관적인 철학을 가지게 된 이유 역시 그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카프카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본인은 정신적 생존의 문제에만 깊게 몰두해왔다' 고 앞서 말한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에서 언급한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며 때론 자기 자신에게서, 때로는 자신을 억압해온 아버지에게서, 이 세상의 온갖 불행한 요소들을 찾아냈을 것이다.

 

카프카는 작품을 통해 부조리하고 억압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합리한 세계를 그려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카프카즘(Kafkaesque)' 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기법을 넘어, 인간 존재와 사회의 본질을 통찰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카프카가 말했듯 분명히 우리의 세상은 냉철한 면이 많다. 관계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쓸모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생 지독하고 피말리는 과정이 모두에게 반복된다.

그렇기에 카프카는 인간관계에 있어 조건없는 사랑은 없으며, 그렇기에 세상과 사랑은 잔인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감히 필자는 카프카의 비관적 시선을 조금만 비틀어 본다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인간관계와 사랑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넌 나의 쓸모야, 난 너의 쓸모고." - 드라마 무빙 中

 

사랑은 누군가의 보답을 바라지 않고도,

그 자체로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관계 또한 서로의 존재를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상대방이 '나는 너의 쓸모다' 라고 얘기하는 이 드라마의 한 장면은 인간과의 관계와 사랑이 단순한 일방적인 헌신이나 보답을 바라는 계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대방에게 사랑을 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스스로를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반대로 사랑받는 사람이 나를 통해 행복해 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자신이 있기에,

우리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듯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즉,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사랑과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감사와 작은 행복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조건없는 듯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 이러한 사랑에 대가가 있지 않을까 한사코 의심하지 마라.
  • 그저 사랑을 주는 상대방에게 늘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현하자.
  • 그리고, 당신 또한 상대방을 그렇게 사랑하며 자신을 채워갈 수 있도록,
  • 내가 상대방의 쓸모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

 

마무리는 최근에 본 늙은 부부의 대화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여: 고마워.
남: 고맙기는, 당연한건데.
여: 당연한 건 없어.
남: 왜?
여: 내가 아무리 당신이랑 오래됐어도, 당연한 관계는 없어.
남: 20년이 넘었는데?
여: 그래서 고마운거지.
남: 고맙다.

 


 

누군가의 쓸모가 되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모두 노력합시다.

일단 저부터 해볼게요...